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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법의 눈물’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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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혐의 지적장애자 재활 지원 등 미담은 전설로

 

수사권 조정 대변혁 이후 1년여 만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강행 추진되면서 검찰의 공익적 기능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4개월 후 시행되면 검찰의 직접수사는 물론 보완수사가 크게 제한될 뿐만 아니라 수사검사는 기소에 관여할 수도 없게 돼 경찰이 송치한 사건 기록만으로 실체를 파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록 이면에 얽히고 섥힌 속사정과 억울함 등은 피의자나 피해자는 물론 그 가족과 지인 등 사건관계인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야만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원천 차단되거나 크게 제한되면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내리기가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 검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구체적인 사건 실체에 대한 접근로가 차단되며 사건에서 멀어질수록 검찰 구성원 전반이 공유하던 책임감이나 사명감까지 크게 후퇴될 우려가 커 경찰의 판단이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재판에 그대로 회부되는 등 검찰에서 기계적으로 처리되는 사건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입법 강행 추진에

검찰의 공익적 기능 후퇴 우려

 

최근 법조계에서는 한 변호사의 글이 잔잔한 감응 일으키고 있다.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48·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21년전 문서를 위조했다”며 올린 이야기다.

 

박 변호사의 아버지는 2001년 공사현장에서 그의 외삼촌이 운전한 굴삭기와 덤프트럭 사이에 끼는 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다 숨졌다. 이 때문에 월급도 제때 받지 못하며 일하던 그의 외삼촌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박 변호사의 가족은 변호사를 쓸 돈이 없었고, 외삼촌의 옥바라지와 벌금까지 부담해야할 처지가 됐다. 가족 간에 발생한 안타까운 일에 대해 사고 원인, 관계,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검사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길 밖에 없었다. 당시 해남지청은 가족들의 탄원서, 특히 아들을 잃은 할머니의 탄원서를 써오라고 했다. 문제는 할머니는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고, 알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문맹이셨다. 박 변호사는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만 선처를 바란다’는 할머니 명의의 탄원서를 써 검찰에 제출했다. 탄원서를 위조한 것이다. 사건은 벌금 100만원 약식기소로 마무리됐다.

 

직접·보완수사 크게 제한

수사에 관여할 수 없어

 

박 변호사는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선처를 받은 것”이라며 “주임 검사가 저희 집 사정을 잘 설명했고 지청장도 이해했다고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이어 “법의 눈물은 고민과 재량 행사의 여지가 있을 때 힘을 발휘하게 된다”며 “책임을 갖고 수사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선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검수완박법은) 내 일이 아니고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 괜히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등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런 문화가 확산된 후에 다시 바로 잡는다는 것은 어렵다”며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비판했다.

 

현재도 책임감과 재량권을 가진 검사가 필요한 사건이 많다.

 

사건의 실체파악 못해

검사의 책임감·재량권 퇴색

 

A씨는 최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舊 기소의견)됐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아 상당기간 추가 수사를 진행한 평택지청 박은혜(48·35기) 부장검사와 신석규(35·변시8회) 검사는 A씨와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면서 이 사건을 단순 방화사건으로만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를 구금해 엄벌에 처하기보다 A씨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적장애 2급이었고 조현병 증세도 있었다. 집은 가난했고 자녀는 5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2명은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었다. A씨가 받은 혐의는 집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불은 제대로 붙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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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 법률신문 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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