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에서 문제가 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1>
근로자가 사직원에 의해서 명예퇴직의 신청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함으로써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직원에 의한 명예퇴직의 신청이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에 불과하여 이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이 있어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되기 전에는 근로자가 임의로 그 청약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명예퇴직의 경우는 사용자의 요건 심사,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직원의 제출이 근로계약 해지의 청약에 해당한다는 점이 비교적 명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례2>
교사 A는 지병으로 인하여 지각, 조퇴, 결근 등에 따른 수업결손이 잦아지게 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보강수업을 맡은 동료 교사들로부터도 불만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A는 교직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사직하기로 결심하고 학교장에게 사직원을 작성·제출하면서 다만 일정 시점까지는 계속 교사 신분을 가지고 건강보험 혜택과 봉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학교장은 승낙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위 사직원의 작성일자를 그 일정 시점으로 기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지병이 완치되자, A는 약속된 퇴직일 이전에 학교장에게 사직의사를 철회하였습니다. 그러나 학교장은 이미 제출받은 사직서를 근거로 학교법인의 이사회에 A의 해임을 제청하여 의원면직 결의를 거쳤고, 이를 근거로 A를 면직처분하였습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A의 사직원 제출은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한다고 보고, 학교법인의 내부적인 승낙의사가 형성되기 전에 사직의사를 철회한 것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례3>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용하는 어린이집 1의 원장 B가 있었습니다. B는 위 단체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고, 위 단체가 위탁운영 중인 사회복지관에 병설하여 운영할 예정인 어린이집 2의 개원실무 책임자로 근무하라는 전보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B로서는 원장에서 개원실무 책임자로 직책이 바뀌었으니 아마도 자존심이 상했겠죠. B는 전보발령지에 출근한 첫 날 10일간 휴가원을 제출하고 같은 날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틀 뒤 사직서는 수리되었습니다.
그 후 휴가기간 중이던 B는 위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서 어린이집 2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위 사회복지관 관장 C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습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B의 사직서 제출은 근로계약 해약의 고지가 되어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성에 관해 달리 판단한 <사례2>와 <사례3>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대법원이 ‘사직서의 기재내용, 사직서 작성 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사정, 사직 의사표시 철회의 동기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니 그렇다’고만 해서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비록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사례3>의 경우와는 달리, 학부모나 동료 교사 등 주위 사람들에게 등 떠밀려서 부득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사례2>의 경우에는 철회 가능성을 좀더 넓게 열어주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 역시 추측일 뿐입니다.
결국, 사직서는 한번 제출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 철회하기를 바란다면, 혹시라도 나중에 운이 좋게도 <사례1> 또는 <사례2>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판단받기를 기도하면서 가급적 빨리 사용자에게 철회의사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철회의 의사표시를 할 때에는 향후 그 사실관계에 대해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입증이 곤란해지지 않도록 인사권자에게 철회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명시적인 증거를 남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