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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한국 정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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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5년에 걸친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끝에 약 690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2018년 중재절차가 개시된 이후 5년만의 일이다. 엘리엇이 청구한 청구금액의 7%에 불과해 한국 정부의 사실상 승소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는 측면에서 결과를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청구금액 7억7000만 달러(약 9917억 원)의 7%인 5358만6931달러(약 690억 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PCA는 배상원금에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 날까지 5%의 연복리 이자도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PCA는 엘리엇 측이 한국 정부에 법률비용으로 345만7479달러(약 44억5000만 원)을 지급하고, 한국 정부는 엘리엇 측에 법률비용으로 2890만3188달러(약 372억5000만 원)를 지급하라고 했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 달러(약 9917억 원)의 국가 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당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당시 합병 결정을 못하도록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 등을 한국 법원에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PCA가 2018년 11월 중재판정부 구성을 마친 뒤 한국 정부와 엘리엇 양측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서면 공방을 벌였다. 2021년 11월 15~26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구술심리 절차가 진행됐다.


당시 엘리엇 측은 “정부의 불법적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몰수 수준의 합병이 없었다면 삼성물산 가치 상승을 통해 장기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 측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맞섰다. PCA 중재판정부는 2022년 4월과 5월 양측으로부터 1, 2차 추가서면을 제출받고 올해 3월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이번 사건에서 엘리엇 측은 법무법인 KL 파트너스와 영국계 로펌 쓰리크라운(Three Crowns)이, 한국 정부 측은 법무법인 광장과 영국계 로펌 프레쉬필즈(Freshfields)가 대리해 왔다.


국제중재 분야에 정통한 한 외국법자문사는 “아직 판정문을 보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배상 금액이 적게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상액이 600억대로 나온 상황을 감안하면 분명 이 같은 상황의 원인, 즉 책임 소재 논란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상액으로 690억 원 판정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 정부에서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잘못이 없었다면 배상액수는 0원이 나와야 할 것”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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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 법률신문 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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