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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노출, 공연음란죄 혹은 경범죄

법률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던 얼마 전, 중년의 남성이 길 한복판에서 맨발에 속옷 차림으로 큰 소리를 지르며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혹한에 무엇이 그렇게 억울하신가 싶어 잠시 옆에 서서 들어보려 했으나, 일행 중 한 분이 자신은 저렇게 대로 한복판에서 속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며 분하고 억울한 사정이야 있겠으나 그래도 길에서 저렇게 속옷만 입고 다니면 처벌받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셨습니다.

노상에서 노출을 한 경우 ①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나 ② 형법 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란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경우에 해당하며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상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음란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지게 됩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음에도 공연음란죄의 처벌수위가 훨씬 강한데요, 위 두 가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 대법원은 ‘공연음란죄에서 말하는 음란한 행위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그 행위가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1264 판결).’ 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공연음란죄가 무언가 더 심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인지는 대략 알겠으나, 공연음란죄에서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한다는 말과 경범죄 처벌법에서 이야기하는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이라는 말의 차이가 확 와 닿지 않습니다. 노출의 수위, 실제 노출된 모습, 노출이나 행위가 이루어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용 법조문이 달라지겠으나, 피해자마다 느끼는 감정과 느낌이라는 것이 각각 다르고 그 판단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실무에서도 사실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돌아와, 길에서 1인 시위를 하신 분을 누군가 경찰에 신고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역시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억울한 마음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셨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한다거나 성적 흥분을 유발하여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공연음란죄는 적용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경범죄 처벌법 위반의 경우, 경범죄 처벌법에 기재된 문언에만 따른다면 경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겠으나, 수사기관에서 추운 겨울에 맨발로 길거리에 나와 옷을 벗어던지기까지의 억울한 사정과 형편을 헤아려 처벌에까지는 이르지 않게 인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