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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이혼, 재산 빼돌리기 가능할까?

법률

고액체납자들의 세금 징수에 대한 이야기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고액체납자들이 고령의 노모에게 은행 대여금고를 개설하게 하여 재산을 빼돌리거나, 타인 명의의 임차주택에 살면서 타인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호화로운 생활을 해오다 적발된 사례들은 유리 통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큰 놀라움과 괴리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 중 어떤 체납자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배우자와 위장 이혼을 한 뒤, 부동산을 판 양도 대금의 1/2을 재산분할 및 위자료 명목으로 배우자에게 이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세청은 잠복을 통해 체납자가 아내의 주소지에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한 뒤 위장이혼임을 파악하고 가택 수색을 하여 집안에 있던 현금과 안방 옷장에 숨겨둔 귀금속을 압류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세금 회피뿐 아니라 채무변제를 피하거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기 위해서 위장이 혼을 한 사례가 종종 뉴스에 나오는데요, 과연 위장 이혼을 통해 채무변제를 피하거나 세금을 회피할 수 있을까요?

 

판례는 “ 협의이혼에 있어서 이혼 의사는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간의 합의 하에 협의이혼신고가 된 이상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양자간에 이혼 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같은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3.6.11. 93므171)”고 판시하며, 실질적으로 혼인을 해소하려는 의사가 없더라도, 이혼 신고가 있는 이상 그 이혼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바탕으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위장 이혼이 종종 행해지고 있는데, 위장 이혼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아래 사례를 통해 판단해 보겠습니다.

 

Q : A는 사업으로 인해 진 빚이 많다며, 이혼 후 집을 아내인 B 앞으로 해 놓으면 채권자들이 집만은 건드릴 수 없을 거라고 설득하며 B에게 위장 이혼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소유한 집의 시가가 9억 원으로 그 중 5억 원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이었다면 A가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집을 B 소유로 하는 이혼이 가능할까요?

 

A : 채무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는 부부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만약 그 부부의 합리적인 재산분할비율이 5:5라면 시가 9억 원 중 5억 원을 제외한 4억 원의 1/2인 2억 원은 A의 재산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포기하고 부인인 B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였다면 원래 A가 가질 수 있었던 2억원의 범위에서 강제집행면탈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이 채권자를 해할 목적인 경우, 이를 사해행위로 보아 채권자들이 사해행위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법이 개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제839조의3(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

①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해함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제406조제1항을 준용하여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소는 제406조제2항의 기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또한, 만약 아파트가 부인의 단독 명의였다면 채무자인 남편이 아닌 부인의 명의였기 때문에 쉽사리 부인 명의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변제 청구를 하지 못하던 채권자들이 위장 이혼을 기점으로 남편의 재산분할청구권을 대위 행사하여 위의 사례에 따르면 2억 원 범위에서 변제하라는 청구가 들어올 수 도 있습니다.

이는 남편이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경우 오히려 위장이혼으로 인해 이혼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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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체무자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위장이혼으로 인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2018년 세법 개정안에서는 1세대를 구성하는 배우자의 범위를 재정립하여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일 경우에도 같은 세대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소득세법 제88조(정의)

6. 1세대란 거주자 및 배우자(법률상 이혼을 하였으나 생계를 같이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가 그들과 같은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자와 함께 구성하는 가족단위를 말한다.

 

법률상 이혼을 하였으나 생계를 같이 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관계에 있다면, 동일 세대의 구성원으로 보아 1세대 1주택 해당 여부를 판별하도록 법률에서 명확히 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자라면 동일 세대의 구성원에 포함되어 조세를 회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과거 위장 이혼을 통해 채권자의 독촉으로부터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채무자를 믿고 돈을 빌려준 채권자보다 위장 이혼을 통해 재산을 빼돌린 채무자가 더 여유롭게 생활하는 불합리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개정과 제도의 발달로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재산 빼돌리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오히려 위장이혼으로 상대방에게 재산을 다 넘겨주었으나, 상대방의 변심으로 가정과 돈을 모두 잃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편법보다는, 정공법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