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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노동법 상식 3가지

법률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2022년 1월 547만 명이라고 합니다. 자영업자의 창업 연령대는 주로 중장년층에 집중되어 직장 퇴직 후 생계를 위한 창업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성공이 보장되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고자 창업 초기에는 혼자서, 지인 또는 가족과 함께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나중에 가서 비로소 직원들을 고용하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창업 초기에는 사업 아이템과 직접적 관련도 없고 당장 소용도 없는 노동법 지식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중에 직원들을 고용하게 되더라도 창업 초기의 관성대로 사업을 하게 되고 사업주는 여전히 1인 2역, 3역의 역할을 감당하느라 노동법에 대한 무관심은 그대로 이어지게 되지요. 이러한 노동법에 무관심한 태도는 애초에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유발하여 자영업자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의 존폐를 흔들 정도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그리고 노동법 규정들은 위반 시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것도 많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전과 한두 개쯤은 가지게 된다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법을 알면서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법을 몰라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면 관계상 모든 노동법 규정을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실무의 사례를 접하면서 느낀, 자영업자들이 모른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노동법 상식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① 근로자 채용 시에는 반드시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합니다.

 

근로자를 채용할 때에는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기간(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휴가, 휴게,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작성한 후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합니다. 근로조건이 변경되는 경우 근로자의 요구가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면, 고용노동부 사이트(www.moel.go.kr)에서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다운받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용노동부의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은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 연소근로자(18세 미만인 자), 건설일용근로자, 단시간근로자, 외국인근로자의 경우로 대상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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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작성 또는 교부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의 벌금 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됩니다. 벌금이나 과태료 외에도 자영업자가 처하게 되는 위험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근로조건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근로자와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자영업자는 비록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채용 당시 근로자와 사이에 수습기간이나 근로계약기간을 두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자영업자가 그와 같은 합의가 있었음을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다른 직원들을 증인으로 세우기도 하지만 그들과 자영업자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객관적으로 볼 때 그들의 증언을 모두 그대로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수습기간도, 근로계약기간도 정해지지 않은, 이른바 정년이 보장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것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보호하는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② 1년 이상 계속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에게 1년에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합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얘기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실무의 사례를 보면, 자영업자가 상대방과 프리랜서 계약, 위촉계약, 도급계약, 동업계약 등을 체결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그와 체결한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그 실질이 무엇인지를 따져서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프리랜서 계약 등을 체결하더라도 그 실질이 근로자로 판단된다면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게 되지요. 일단 자영업자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 동종의 근무자들에 대하여도 퇴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되어 근무자의 숫자나 근무기간의 길이에 따라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의 지속을 어렵게도 만듭니다.

 

문제는 근로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고 예측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노동청, 검찰, 법원 등 판단기관에 따라 달리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요. 따라서 프리랜서 계약 등을 고려한다면, 그에 앞서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③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시기와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합니다. 경영이 어려워서 이른바 정리해고를 하려고 하더라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의 설정과 그에 따른 대상자 선정,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등의 요건도 갖추어야 합니다. 사용자가 스스로 해고에 관한 일정한 절차를 두고 있다면 그와 같은 절차도 모두 거쳐야 합니다. 또한, 해고는 구체적인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문단의 규정들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그 해고는 무효로 되고 사용자는 그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근로자에게 해고일로부터 원직복직 시까지의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근로자에게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그 해고가 무효로 되는 바람에 오히려 근로자에게 원직복직 시까지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갈등을 빚다가 갑자기 퇴근하거나 출근하지 않은 상태가 장기화되는 사례에서, 이를 사직으로 보아야 하는가, 퇴직으로 보아야 하는가가 문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려치겠다고 했다”, “당장 나가라고 했다” 등등 양자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실무상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지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직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는 해고를 당해서 출근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사용자가 위에서 말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해고는 무효로 될 것입니다.

 

물론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받아놓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다만, 이와 같은 갈등 상황에서 사직서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직서를 받기 어려운 경우라면, 일단 내용증명 또는 카카오톡 등을 통하여 출근명령을 내림으로써 당시 해고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증거로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